프로토에서는 지난시간 정말 많은 디자이너들과 만나왔습니다. 모든 삶을 직접 살아볼 수 없기에 우리가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듯이 그들과 나누었던 진솔한 이야기들은 프로토의 행보에 많은 영감과 방향성을 제시해주었습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을 프로토의 모든 디자이너들과 나누고자 디자이너들의 경험과 생각을 아카이빙 하고자 합니다. 프로토가 그랬듯 각기 다른 경험과 생각을 가진 디자이너들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또 다른 간접경험이 되어 디자이너로서의 성장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부산의 디자이너부터 나아가 전국의 디자이너들을 이 곳에서 만날 수 있길 바라며 인터뷰가 도움이 되셨다면 따뜻한 댓글로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interview
브랜드 디자이너 이민들레 님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나를 세가지 단어로 소개해주셔도 좋아요.
안녕하세요! 베러먼데이코리아 브랜딩팀 PO이자 피스앤플렌티라는 이름으로 브랜드 디자인을 하고 있는 이민들레라고 합니다. 저를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브랜드 디자이너, 스토리텔러, 파티광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행사를 만드는 걸 좋아해서 프로토 커뮤니티 행사들을 통해서 욕망을 실현시키곤 합니다.
Q. 어떻게 디자이너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그리고 디자이너로 일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원래는 만화가가 꿈이었어요. 중학교 시절 친구가 많이 없었던 저는 사회생활에 자신이 없었고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니까 두가지 일을 함께 하면서 혼자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때 까지 만화가를 준비하다가 2000년대 초 웹디자인 열풍이 불고 혹시 만화가가 못되면 비슷한 일로 돈이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디자인 학과를 갔던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디자이너로 일한지는... 2008년 처음 편집디자인 일을 시작했으니 이제 횟수로 15년째 되었네요. 브랜드 디자이너로 본격적인 일을 시작한 지는 5년 정도 되었어요.
Q. 디자이너로서 일할 때 가장 힘든 점, 가장 보람을 느낄 때를 각각 한가지씩 꼽는다면?
디자이너로서 일하며 힘든점은 크게 없지만 매일 인스타그램에서 잘하는 디자이너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비교할 때 고통스러워요. 세상에 나 말고 언제든 대체할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끼며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공부해야하고 변화해야한다는 것을 느끼며 쉬운 직업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제가 작업한 디자인을 통해 클라이언트의 브랜드가 잘 되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디자인은 클라이언트를 통해서 화장품, 반려용품, F&B, 캠페인 등 많은 일을 해볼 수 있는게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나 둘씩 새로운 분야의 포트폴리오가 쌓여갈 때, 그리고 그 브랜드들이 잘되는 걸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Q. 해왔던 작업 중 기억에 남는 작업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두말 할 것 없이 굿올'데이즈 호텔 & 카페 브랜딩 개발 프로젝트에요. 공간을 브랜딩하는 과정도 새로웠지만 공간을 다녀가는 사람들이 남긴 후기가 디자이너로서 큰 보람을 주었어요. 굿올’데이즈를 방문한 분들이 이런 감정을 느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며 기획했던 부분들을 후기에서 보게 되었을 때 브랜딩을 제대로 했구나, 라는 생각에 뿌듯했어요. 또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네이버 디자인 프레스에 인터뷰도 하고 이후 호텔 브랜딩 의뢰도 많이 받게 되서 정말 감사한 프로젝트에요.
🔗 디자인 프레스 인터뷰 (부산 원도심의 매력, 굿올데이즈 Good ol' days)
Q.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브랜딩 개발 프로젝트를 이야기해주셨는데요, 이처럼 과거의 활동이나 취미 중에서 작업의 자양분이 된 게 있나요?
학창시절 시를 썼던 것, 만화를 열심히 그렸던 것이 지금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시는 어떠한 감정이나 상황을 특정 감정에 대입하는 경우가 많아서 비유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브랜딩 작업이 시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예를 들어서 ‘서점'을 서점이라 부르지 않고 ‘사랑방'이라고 부르고 특정 역할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시의 표현법과 무척 유사한 것 같아요.
Q. 디자이너 커뮤니티는 디자인 업무에 도움이 됐나요?
완전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저는 제가 동생과 함께 프로토를 운영하며 저희가 가장 프로토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프로토가 아니었다면 부산의 다른 디자이너들과는 평생 만날 수도 없었을 것이고 편집디자이너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분야를 옮겨올 수도 없었을 거에요.
Q. 업무 외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시는지, 그리고 작업에 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 편이신지 궁금합니다.
사실 업무 외 시간이라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디자인 일'이라는 것을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이미지를 만드는 일'까지라고 정의한다면 컴퓨터를 끈 그 외 시간을 업무외 시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디자인을 ‘과정'이라고 생각하다보니 컴퓨터를 꺼도 생각이 멈추고 잠들지 않는 이상 대부분 일에 대해 생각하며 지내고 있어요. 여전히 디자이너로서 하고 싶은 일이 많기 때문에 ‘어떤 작업을 해볼까?’ 고민하기도 하고 지금은 베러먼데이코리아의 브랜딩팀 리더로서 어떻게 팀원들을 성장시키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고보니 업무외 시간엔 주로 고민을 하며 보내네요 :)
작업에 관한 아이디어는 처음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정말 방대하게 자료를 모으는 편이에요. 근래의 작업을 예로 들면 ‘쌀'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한식당 브랜딩 작업을 진행했어요. 그래서 그 작업을 위해 도서관에 가서 ‘쌀'과 한식에 대한 책을 모조리 빌려왔어요. 우리나라의 쌀의 역사는 어떻게 되는지, 종류는 얼마나 많은지, 또 한식의 유래는 어떻게 되는지, 지금까지 이어져온 한식의 형태는 왜 그런지 모두 조사하고 그 내용들 안에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방법은 대화인데요,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까지 해본 적도 있어요. 개인이 운영하는 브랜드의 경우 사람이 곧 브랜드가 되기 때문에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그러다보면 지금 눈 앞의 브랜딩 말고도 클라이언트의 내면의 깊은 이야기까지 나눌 때가 많고 그러면 거기서 이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차별점을 발견하기도 하고 동시에 방향성을 설정하기도 합니다.

Q.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오를 때 뭘 하시나요? 특별히 들으시는 추천 노동요가 있나요?
가벼운 프로젝트를 할 때에는 잠시 자리를 벗어나 수집한 잡지들을 봅니다. 하지만 전략을 짜거나 엑기스 같은 카피라이팅이 나와야할 때에는 자리에 앉아서 그냥 될 때까지 합니다. 그래서 브랜드 전략을 짤 때는 작업을 짬짬히 하지 않고 한번에 몰아서 철야로 해결하는 편이에요. 날은 밝아오고 시간이 정해져 있을 때 발휘되는 초인적인 힘을 믿습니다. 그래도 가능하면 하지 않으려고 해요. 혼자 일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노동요는 가사가 없고 적당히 그루브가 있으며 한번도 들어보지 않은 노래를 들어요. 가사가 있거나 지브리 ost처럼 아는노래를 틀어놓으면 노래를 흥얼거리느라 금방 집중력을 잃더라구요.

🔗 https://www.youtube.com/watch?v=ONEc_XnEXQI&t=9635s
Q. 최근의 참신한 경험 혹은 요즘 당신에게 가장 흥미를 주는 건 무엇인가요?
굿올'데이즈 호텔 & 카페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호텔 브랜딩 작업들을 많이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건축'에 흥미를 갖게 되었어요. 멋있는 건축물을 보면 가슴이 막 두근거려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큰 것을 생각해낼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건물의 형태 뿐만 아니라 주변과의 조화, 공간을 나누는 구성, 사람들이 그 안에서 느낄 감정 이런 것까지 어떻게 전체를 아우르며 볼 수 있는지 저로서는 상상이 안되는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그런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느낄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서 저런 곳의 브랜딩을 내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Q. 어떤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좋은 디자인을 위해 디자이너로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나요?
사람의 행동패턴과 심리를 고려한 디자인을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사용자가 어린이라면 어린이의 입장에서 패키지의 소재가 날카롭지 않게 제작이 되었다거나 입에 넣을 수 있으니 작게 분리되는 부분이 없도록 만든다던지 하는 세심한 부분이 잘 설계된 디자인을 좋아해요.
Q. 자신만의 특별한 작업 프로세스가 있다면?
이미지 작업은 ‘단어'를 이미지로 치환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꼭 브레인스토밍으로 키워드를 도출한 다음에 선택해서 이미지로 바꾸는 작업을 합니다. 그래서 제안서를 작업할 때 컨셉이나 의도를 다시 고민하지 않고 작업하면 나온 과정을 적어서 빠르게 작성할 수 있어요.
Q.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태도 혹은 디자이너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덕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호기심과 성실함, 책임감과 목표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은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성격,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물건과 문화에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디자인은 클라이언트가 있는 비지니스기 때문에 반드시 성실함, 책임감,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는 목표의식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Q.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강점과 단점을 한가지씩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디자이너로서 제 강점이라고 한다면 디자인 업무 능력 외에 기획과 글쓰기, 발표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클라이언트를 잘 설득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 부분은 주니어 디자이너 시절부터 비주얼 작업으로는 다른 디자이너들보다 잘할 자신이 없어서 연봉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따로 연습한 부분이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지금 피스앤플렌티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구요. 단점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비주얼을 잘 만들어내는 타입은 아니라는 것이에요. 그래서 주니어때와는 반대로 지금 이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 많은 분들이 서울로 이직을 하고 싶어 하시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주니어 디자이너 시절에는 정말 누구보다도 많이 했어요.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간 친구들이 잘 되는걸 봤을 때 혼자 몰래 울기도 하고 내가 서울에 못가서 실력이 이정도 밖에 안되나 생각도 많이 했구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 제가 잘 못했던건 서울에 못가서가 아니라 그냥 제가 실력이 부족한 거였어요. 그걸 깨닫게 된 이후부터는 저에게 집중해서 디자인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부산에도 아직 제가 해야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Q. 부산의 디자인 일자리 혹은 일거리가 없다는 평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슬프지만 그건 맞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몇 안되는 디자인 작업들 중에서도 괜찮은 포트폴리오를 남길 수 있는 일들이 다 서울 디자이너들과 진행되는 걸 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부산에 실력있는 팀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숨어있는 실력자들이 프로토에서 뭉쳐 부산에 있는 일감들이 부산을 빠져나가지 않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Q. 로컬 디자이너로서 우리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스스로를 알리지 않는 겸손함이 우리를 막는 가장 큰 장벽이라고 생각해요. 겸손함은 사람에게 필요하고 좋은 덕목이지만 커리어에 있어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더라구요. 나의 장점을 더 잘 알리고 디자이너로서의 자존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최고다! 부산에 있지만 서울이든 어디든 누구와도 함께 일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Q. 10년 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10년 뒤 저는 후배 디자이너들이 더욱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실제 디자인을 손으로 만들기 보다는 멀리 보고 더 좋은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디렉터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제가 주니어 디자이너였을 때는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한 롤모델 디자이너가 부산에 없었어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고 그 중 하나가 제가 되길 바랍니다.
Q.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신가요?
부산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제일 듣고 싶지 않은 말이 ‘부산에서는 역시 안돼'라는 말인데요, 그래서 제가 여러가지를 시도해보고 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원래 성공사례가 있어야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저희가 월간디자인에 인터뷰를 한 걸 보고 ‘나도 나갈 수 있겠는데?’ 라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커뮤니티를 8년 넘게 운영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하는 디자이너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Q. 프로토와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디자인은 세상을 이롭게 하고 멋있고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래도 매번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만 할 수는 없으니 ‘창작하는 서비스업'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언제나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만든 디자인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늘 행복한 디자이너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글 ㅣ 디자이너 그룹 프로토(instagram.com/group.proto)
사진 및 자료 제공 ㅣ 이민들레 디자이너(instagram.com/mindeurle)
👤이민들레
메일 ㅣpeacenplenty@naver.com
인스타그램 ㅣ@mindeurle
브런치ㅣwholesee
프로토에서는 디자이너들의 생각과 스토리를 아카이빙하여 그동안 걸어온 이들의 삶이 사라지지 않는 유의미한 가치로 남기를 바랍니다. 지역의 디자인 산업을 살리는 것은 결국 사람의 힘이라는 것을 믿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디자이너들을 응원합니다.
프로토에서는 지난시간 정말 많은 디자이너들과 만나왔습니다. 모든 삶을 직접 살아볼 수 없기에 우리가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듯이 그들과 나누었던 진솔한 이야기들은 프로토의 행보에 많은 영감과 방향성을 제시해주었습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을 프로토의 모든 디자이너들과 나누고자 디자이너들의 경험과 생각을 아카이빙 하고자 합니다. 프로토가 그랬듯 각기 다른 경험과 생각을 가진 디자이너들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또 다른 간접경험이 되어 디자이너로서의 성장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부산의 디자이너부터 나아가 전국의 디자이너들을 이 곳에서 만날 수 있길 바라며 인터뷰가 도움이 되셨다면 따뜻한 댓글로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interview
브랜드 디자이너 이민들레 님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나를 세가지 단어로 소개해주셔도 좋아요.
안녕하세요! 베러먼데이코리아 브랜딩팀 PO이자 피스앤플렌티라는 이름으로 브랜드 디자인을 하고 있는 이민들레라고 합니다. 저를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브랜드 디자이너, 스토리텔러, 파티광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행사를 만드는 걸 좋아해서 프로토 커뮤니티 행사들을 통해서 욕망을 실현시키곤 합니다.
Q. 어떻게 디자이너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그리고 디자이너로 일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원래는 만화가가 꿈이었어요. 중학교 시절 친구가 많이 없었던 저는 사회생활에 자신이 없었고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니까 두가지 일을 함께 하면서 혼자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때 까지 만화가를 준비하다가 2000년대 초 웹디자인 열풍이 불고 혹시 만화가가 못되면 비슷한 일로 돈이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디자인 학과를 갔던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디자이너로 일한지는... 2008년 처음 편집디자인 일을 시작했으니 이제 횟수로 15년째 되었네요. 브랜드 디자이너로 본격적인 일을 시작한 지는 5년 정도 되었어요.
Q. 디자이너로서 일할 때 가장 힘든 점, 가장 보람을 느낄 때를 각각 한가지씩 꼽는다면?
디자이너로서 일하며 힘든점은 크게 없지만 매일 인스타그램에서 잘하는 디자이너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비교할 때 고통스러워요. 세상에 나 말고 언제든 대체할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끼며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공부해야하고 변화해야한다는 것을 느끼며 쉬운 직업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제가 작업한 디자인을 통해 클라이언트의 브랜드가 잘 되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디자인은 클라이언트를 통해서 화장품, 반려용품, F&B, 캠페인 등 많은 일을 해볼 수 있는게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나 둘씩 새로운 분야의 포트폴리오가 쌓여갈 때, 그리고 그 브랜드들이 잘되는 걸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Q. 해왔던 작업 중 기억에 남는 작업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두말 할 것 없이 굿올'데이즈 호텔 & 카페 브랜딩 개발 프로젝트에요. 공간을 브랜딩하는 과정도 새로웠지만 공간을 다녀가는 사람들이 남긴 후기가 디자이너로서 큰 보람을 주었어요. 굿올’데이즈를 방문한 분들이 이런 감정을 느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며 기획했던 부분들을 후기에서 보게 되었을 때 브랜딩을 제대로 했구나, 라는 생각에 뿌듯했어요. 또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네이버 디자인 프레스에 인터뷰도 하고 이후 호텔 브랜딩 의뢰도 많이 받게 되서 정말 감사한 프로젝트에요.
🔗 디자인 프레스 인터뷰 (부산 원도심의 매력, 굿올데이즈 Good ol' days)
Q.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브랜딩 개발 프로젝트를 이야기해주셨는데요, 이처럼 과거의 활동이나 취미 중에서 작업의 자양분이 된 게 있나요?
학창시절 시를 썼던 것, 만화를 열심히 그렸던 것이 지금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시는 어떠한 감정이나 상황을 특정 감정에 대입하는 경우가 많아서 비유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브랜딩 작업이 시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예를 들어서 ‘서점'을 서점이라 부르지 않고 ‘사랑방'이라고 부르고 특정 역할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시의 표현법과 무척 유사한 것 같아요.
Q. 디자이너 커뮤니티는 디자인 업무에 도움이 됐나요?
완전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저는 제가 동생과 함께 프로토를 운영하며 저희가 가장 프로토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프로토가 아니었다면 부산의 다른 디자이너들과는 평생 만날 수도 없었을 것이고 편집디자이너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분야를 옮겨올 수도 없었을 거에요.
Q. 업무 외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시는지, 그리고 작업에 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 편이신지 궁금합니다.
사실 업무 외 시간이라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디자인 일'이라는 것을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이미지를 만드는 일'까지라고 정의한다면 컴퓨터를 끈 그 외 시간을 업무외 시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디자인을 ‘과정'이라고 생각하다보니 컴퓨터를 꺼도 생각이 멈추고 잠들지 않는 이상 대부분 일에 대해 생각하며 지내고 있어요. 여전히 디자이너로서 하고 싶은 일이 많기 때문에 ‘어떤 작업을 해볼까?’ 고민하기도 하고 지금은 베러먼데이코리아의 브랜딩팀 리더로서 어떻게 팀원들을 성장시키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고보니 업무외 시간엔 주로 고민을 하며 보내네요 :)
작업에 관한 아이디어는 처음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정말 방대하게 자료를 모으는 편이에요. 근래의 작업을 예로 들면 ‘쌀'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한식당 브랜딩 작업을 진행했어요. 그래서 그 작업을 위해 도서관에 가서 ‘쌀'과 한식에 대한 책을 모조리 빌려왔어요. 우리나라의 쌀의 역사는 어떻게 되는지, 종류는 얼마나 많은지, 또 한식의 유래는 어떻게 되는지, 지금까지 이어져온 한식의 형태는 왜 그런지 모두 조사하고 그 내용들 안에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방법은 대화인데요,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까지 해본 적도 있어요. 개인이 운영하는 브랜드의 경우 사람이 곧 브랜드가 되기 때문에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그러다보면 지금 눈 앞의 브랜딩 말고도 클라이언트의 내면의 깊은 이야기까지 나눌 때가 많고 그러면 거기서 이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차별점을 발견하기도 하고 동시에 방향성을 설정하기도 합니다.
Q.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오를 때 뭘 하시나요? 특별히 들으시는 추천 노동요가 있나요?
가벼운 프로젝트를 할 때에는 잠시 자리를 벗어나 수집한 잡지들을 봅니다. 하지만 전략을 짜거나 엑기스 같은 카피라이팅이 나와야할 때에는 자리에 앉아서 그냥 될 때까지 합니다. 그래서 브랜드 전략을 짤 때는 작업을 짬짬히 하지 않고 한번에 몰아서 철야로 해결하는 편이에요. 날은 밝아오고 시간이 정해져 있을 때 발휘되는 초인적인 힘을 믿습니다. 그래도 가능하면 하지 않으려고 해요. 혼자 일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노동요는 가사가 없고 적당히 그루브가 있으며 한번도 들어보지 않은 노래를 들어요. 가사가 있거나 지브리 ost처럼 아는노래를 틀어놓으면 노래를 흥얼거리느라 금방 집중력을 잃더라구요.
🔗 https://www.youtube.com/watch?v=ONEc_XnEXQI&t=9635s
Q. 최근의 참신한 경험 혹은 요즘 당신에게 가장 흥미를 주는 건 무엇인가요?
굿올'데이즈 호텔 & 카페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호텔 브랜딩 작업들을 많이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건축'에 흥미를 갖게 되었어요. 멋있는 건축물을 보면 가슴이 막 두근거려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큰 것을 생각해낼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건물의 형태 뿐만 아니라 주변과의 조화, 공간을 나누는 구성, 사람들이 그 안에서 느낄 감정 이런 것까지 어떻게 전체를 아우르며 볼 수 있는지 저로서는 상상이 안되는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그런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느낄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서 저런 곳의 브랜딩을 내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Q. 어떤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좋은 디자인을 위해 디자이너로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나요?
사람의 행동패턴과 심리를 고려한 디자인을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사용자가 어린이라면 어린이의 입장에서 패키지의 소재가 날카롭지 않게 제작이 되었다거나 입에 넣을 수 있으니 작게 분리되는 부분이 없도록 만든다던지 하는 세심한 부분이 잘 설계된 디자인을 좋아해요.
Q. 자신만의 특별한 작업 프로세스가 있다면?
이미지 작업은 ‘단어'를 이미지로 치환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꼭 브레인스토밍으로 키워드를 도출한 다음에 선택해서 이미지로 바꾸는 작업을 합니다. 그래서 제안서를 작업할 때 컨셉이나 의도를 다시 고민하지 않고 작업하면 나온 과정을 적어서 빠르게 작성할 수 있어요.
Q.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태도 혹은 디자이너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덕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호기심과 성실함, 책임감과 목표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은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성격,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물건과 문화에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디자인은 클라이언트가 있는 비지니스기 때문에 반드시 성실함, 책임감,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는 목표의식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Q.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강점과 단점을 한가지씩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디자이너로서 제 강점이라고 한다면 디자인 업무 능력 외에 기획과 글쓰기, 발표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클라이언트를 잘 설득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 부분은 주니어 디자이너 시절부터 비주얼 작업으로는 다른 디자이너들보다 잘할 자신이 없어서 연봉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따로 연습한 부분이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지금 피스앤플렌티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구요. 단점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비주얼을 잘 만들어내는 타입은 아니라는 것이에요. 그래서 주니어때와는 반대로 지금 이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 많은 분들이 서울로 이직을 하고 싶어 하시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주니어 디자이너 시절에는 정말 누구보다도 많이 했어요.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간 친구들이 잘 되는걸 봤을 때 혼자 몰래 울기도 하고 내가 서울에 못가서 실력이 이정도 밖에 안되나 생각도 많이 했구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 제가 잘 못했던건 서울에 못가서가 아니라 그냥 제가 실력이 부족한 거였어요. 그걸 깨닫게 된 이후부터는 저에게 집중해서 디자인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부산에도 아직 제가 해야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Q. 부산의 디자인 일자리 혹은 일거리가 없다는 평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슬프지만 그건 맞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몇 안되는 디자인 작업들 중에서도 괜찮은 포트폴리오를 남길 수 있는 일들이 다 서울 디자이너들과 진행되는 걸 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부산에 실력있는 팀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숨어있는 실력자들이 프로토에서 뭉쳐 부산에 있는 일감들이 부산을 빠져나가지 않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Q. 로컬 디자이너로서 우리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스스로를 알리지 않는 겸손함이 우리를 막는 가장 큰 장벽이라고 생각해요. 겸손함은 사람에게 필요하고 좋은 덕목이지만 커리어에 있어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더라구요. 나의 장점을 더 잘 알리고 디자이너로서의 자존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최고다! 부산에 있지만 서울이든 어디든 누구와도 함께 일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Q. 10년 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10년 뒤 저는 후배 디자이너들이 더욱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실제 디자인을 손으로 만들기 보다는 멀리 보고 더 좋은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디렉터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제가 주니어 디자이너였을 때는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한 롤모델 디자이너가 부산에 없었어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고 그 중 하나가 제가 되길 바랍니다.
Q.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신가요?
부산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제일 듣고 싶지 않은 말이 ‘부산에서는 역시 안돼'라는 말인데요, 그래서 제가 여러가지를 시도해보고 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원래 성공사례가 있어야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저희가 월간디자인에 인터뷰를 한 걸 보고 ‘나도 나갈 수 있겠는데?’ 라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커뮤니티를 8년 넘게 운영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하는 디자이너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Q. 프로토와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디자인은 세상을 이롭게 하고 멋있고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래도 매번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만 할 수는 없으니 ‘창작하는 서비스업'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언제나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만든 디자인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늘 행복한 디자이너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글 ㅣ 디자이너 그룹 프로토(instagram.com/group.proto)
사진 및 자료 제공 ㅣ 이민들레 디자이너(instagram.com/mindeurle)
👤이민들레
메일 ㅣpeacenplenty@naver.com
인스타그램 ㅣ@mindeurle
브런치ㅣwholesee
프로토에서는 디자이너들의 생각과 스토리를 아카이빙하여 그동안 걸어온 이들의 삶이 사라지지 않는 유의미한 가치로 남기를 바랍니다. 지역의 디자인 산업을 살리는 것은 결국 사람의 힘이라는 것을 믿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디자이너들을 응원합니다.